그렇다면 무엇이 다른가. 답은 가격을 정하는 '순서'에 있다.
일반적인 유통 방식은 이렇다. 제품을 만들거나 사들이는 데 드는 원가를 먼저 계산하고, 여기에 이윤을 붙여 판매가를 정한다. 원가가 오르면 가격도 오른다. 이게 상식이다. 다이소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가격을 5000원, 3000원, 1000원으로 먼저 정해놓고, 그 가격 안에 들어오도록 원가와 유통 구조 전체를 거꾸로 설계한다. 박정부 다이소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 방식을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순간, 다이소가 다이소일 이유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행은 조직 전체를 바꾸는 일이다. 가격이 먼저 정해지면, 그다음부터는 모든 부서가 거꾸로 일해야 한다. 상품기획팀은 5000원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소재와 디자인만 검토한다. 구매팀은 국내외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제조사와 직접 계약해서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앤다. 전 세계 30여 개국 협력사 가운데 그 품목을 가장 싸게, 가장 잘 만드는 나라를 찾아 물량을 몰아준다. 전국 1600여 개 매장에서 팔릴 물량을 한 번에 발주해 제조사와의 협상력을 극대화한다. 포장은 최소화하고, 광고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 이 모든 결정이 결국 '5000원 이하'라는 하나의 제약에서 역산해 나온 결과다.
경영학에서는 이런 방식을 원가기획, 영어로는 타겟 코스팅이라 부른다. 도요타가 신차를 개발할 때 쓰던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장이 받아들일 가격을 먼저 정하고, 그 가격에서 적정 이익을 뺀 나머지를 목표 원가로 설정한 뒤, 설계 단계부터 그 원가에 맞춰 부품과 공정을 다시 짠다. 원가를 계산한 다음 가격을 매기는 게 아니라, 가격이 원가를 통제하는 구조다. 다이소가 유통업에서 하고 있는 일이 정확히 이 구조와 닮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왜 다른 회사는 이걸 그대로 따라 하지 못할까. 실제로 국내에는 다이소를 흉내 낸 균일가숍이 여러 번 등장했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가격을 먼저 정하고 원가를 역산하려면, 그 가격에 맞춰줄 만큼 큰 물량을 제조사에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 물량이 작으면 협상력이 없고, 협상력이 없으면 품질을 포기하거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다이소는 이미 확보한 매장 수와 구매 규모 덕분에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고, 낮은 가격 덕분에 더 많은 손님이 오고, 그 손님이 다시 더 큰 구매력을 만든다. 규모가 가격을 만들고, 가격이 다시 규모를 만드는 순환 구조다. 후발주자는 이 순환의 어느 지점에도 쉽게 끼어들기 어렵다.
여기서 다이소의 진짜 경쟁력이 보인다.
5000원이라는 가격은 다이소에게 약점이 아니라 제약조건이었다. 그리고 그 제약이 회사를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다. 원가가 오르면 가격을 올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못 박는 순간 질문이 달라진다. 포장을 더 줄일 수 없을까.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앨 수 없을까. 다른 제조사를 찾을 수 없을까. 한 번에 더 많이 주문할 수 없을까. 제품의 소재나 크기를 바꿀 수 없을까. 가격이라는 하나의 숫자를 고정하자, 나머지 모든 것이 혁신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것이 다이소를 단순한 '싼 가게'와 구분한다. 경쟁사가 가격을 낮추려면 이익을 포기해야 하지만, 다이소는 애초에 낮은 가격에서도 이익이 남도록 조직 전체를 설계했다. 그래서 다이소를 따라 하려면 5000원짜리 상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5000원에 팔아도 돈이 남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다이소가 만든 가장 강력한 상품은 어쩌면 5000원짜리 물건이 아니라, 5000원이라는 제약 안에서 움직이는 운영 시스템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MBA 다이소의 경쟁력은 5000원에 파는 것이 아니라, 5000원에 팔아도 돈이 남게 만드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