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실적이 떨어졌다
연구진이 131개 기업의 영업사원 약 4만 명을 추적해봤다. 예일대와 MIT, 미네소타대 연구진이 2019년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발표한 논문이다.
예상대로 회사는 잘 파는 사람을 승진시켰다.
그런데 승진 후에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에이스였던 사람이 팀장이 될수록,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실적이 오히려 낮아졌다. 승진 전 매출이 두 배였던 관리자의 팀은, 이후 실적이 평균 7.5% 낮았다.
이상하다. 잘해서 승진시켰는데, 바로 그 '잘함'이 승진 후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영업과 관리는 다른 게임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영업사원에게 필요한 동사는 '판다'이고, 팀장에게 필요한 동사는 '팔게 한다'이기 때문이다.
에이스는 고객을 설득하고, 계약을 따내고, 자기 숫자를 만드는 데 탁월했다. 그런데 팀장이 되는 순간 직접 파는 것이 일이 아니게 된다. 이제는 실적이 안 나오는 팀원을 코칭해야 한다. 갈등을 중재해야 한다. 목표를 나눠줘야 한다. 자신보다 영업을 못하는 사람이 왜 못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어제까지 100점을 받게 해준 능력이, 오늘부터는 핵심 능력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회사가 에이스를 승진시키는 이유
그렇다면 회사들은 왜 계속 에이스를 팀장으로 만들까. 인사팀이 이 사실을 몰라서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성과를 내면 승진한다"는 규칙 자체가 조직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번 분기 1등을 한 사람이 승진에서 탈락하고, 실적 10등이 팀장이 됐다고 생각해보자. 회사가 아무리 "그에게 리더십 잠재력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해도, 나머지 영업사원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반면 "잘하면 올라간다"는 규칙은 단순하다. 모두가 이해하고, 모두가 뛴다.
그래서 회사는 딜레마에 빠진다. 좋은 영업사원을 승진시킬 것인가, 좋은 팀장이 될 사람을 승진시킬 것인가. 둘이 같은 사람이면 좋겠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흥미로운 예외도 있었다. 협업 경험이 많은 사람은 팀장이 된 뒤 더 좋은 성과를 냈다. 혼자 1등을 해본 경험보다, 옆 사람을 잘하게 만들어본 경험이 관리자가 된 뒤 더 중요했던 것이다.
다음 직급에서 내 몸값을 결정하는 것
그렇다면 승진을 준비하는 직장인이 쌓아야 할 성과도 달라진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매출 30%를 올렸습니다." 이것만으로는 실무자로서의 성과다.
한 단계 위로 올라가려면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 "신입사원 두 명을 온보딩해 6개월 만에 목표 실적을 달성하게 했습니다." "팀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꿔 구성원 전체의 생산성을 높였습니다." "후배에게 고객 관리 방식을 전수해 팀 매출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런 경험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시장이 사는 것은 '내가 만든 성과'에서 '내가 다른 사람을 통해 만들어낸 성과'로 이동한다.
우리 팀의 에이스는 지금 무엇으로 평가받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다음 직급이 나에게 요구하는 능력을 지금 쌓고 있을까.
오늘의 MBA 직급이 올라갈수록 몸값은 '내가 만든 성과'보다 '다른 사람이 만들게 한 성과'에서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