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확인된 이야기: 최고의 영업사원이 최고의 팀장이 되지는 않는다
이 현상을 개인의 운이나 조직의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실제로 이를 대규모 데이터로 검증한 연구가 있다.
앨런 벤슨, 다니엘 리, 켈리 슈 세 명의 경제학자는 2019년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Promotions and the Peter Principle"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131개 기업, 영업직 약 4만 명에 가까운 인력의 실적과 승진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다.
결과는 이랬다. 영업 성과가 좋을수록 관리자로 승진할 확률이 높아졌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다. 그런데 승진 이후를 들여다보자 다른 패턴이 나타났다. 승진 전 영업 실적이 좋았던 사람일수록, 관리자가 된 뒤 팀의 성과는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승진 전 성과와 승진 후 관리자로서의 성과 사이에 부정적인 관계가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의 해석은 명확하다. 기업들은 관리자로서의 잠재력을 더 잘 예측하는 다른 지표들이 있었음에도, 승진 결정에서 여전히 현재 직무의 성과를 가장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는 경향을 보였다. 다시 말해, "지금 이 일을 얼마나 잘하는가"가 "다음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낼 것인가"를 대신하는 지표로 쓰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결과를 모든 승진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이 연구는 영업직이라는, 성과가 숫자로 명확히 드러나는 직군을 대상으로 한다. 승진 기준이 다르게 설계된 조직이나 직무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 구조—현재 직무의 성과와 다음 직무에 필요한 능력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는 영업직을 넘어 여러 조직에 적용해볼 만한 질문을 남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뛰어난 영업사원에게 필요한 능력을 생각해보자. 고객을 직접 설득하고, 관계를 만들고, 스스로 성과를 낸다. 철저히 개인 단위의 실행 능력이다.
반면 뛰어난 영업팀장에게 필요한 능력은 다르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코칭하고, 목표를 조율하고, 팀 전체의 성과를 설계한다. 개인이 잘하는 것과 팀을 잘하게 만드는 것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지금 직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것과 "다음 직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서로 다른 명제다.
그렇다면 승진이란 무엇인가. 회사가 과거 성과에 상을 주는 절차가 아니라, "이 사람에게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는가"를 판단하는 의사결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과거는 증명된 사실이지만, 다음 역할에서의 성과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승진은 상이라기보다 베팅에 가깝다.
그래서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다. "그럼 나 없이도 회사가 돌아가게 만들어야만 승진한다"는 식으로 단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업무를 체계화하고 후배에게 위임할 수 있는 능력은, 다음 역할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일 뿐이다. 조직과 직무에 따라 이 신호가 중요하게 읽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만 여러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은 있다. 낮은 직급에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빠르게 해결하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하지만 더 큰 역할로 올라갈수록,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직접 뛰어드는 사람보다 그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 필요해진다.
성과를 만드는 주어도 달라진다. 주니어일 때는 "내가 얼마나 잘했는가"가 중요하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내가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잘하게 만들었는가"로 질문이 바뀐다. 개인 실적을 채우는 것과, 팀 전체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은 둘 다 성과지만, 조직이 다음 자리와 함께 저울질하는 쪽은 대체로 후자에 가깝다.
이런 변화는 저절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도 함께 봐야 한다. 업무를 체계화하고 후배를 키우고 팀의 생산성을 높였어도, 그것이 언어로 정리되지 않으면 회사 눈에는 그냥 "일 잘하는 직원"으로만 남는다. "월간 보고를 담당했다"고 쓰는 것과 "보고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팀원에게 이관한 뒤 신규 업무로 역할을 확장했다"고 쓰는 것은, 실제로 한 일이 비슷해도 회사가 읽어내는 정보는 다르다. 핵심은 "내 일을 잘했다"가 아니라 "내 역할의 범위를 넓혔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스스로 점검해볼 질문
승진이 계속 막힌다고 느낀다면, 다음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맡은 일을 잘하는 것에 머물러 있는가. 지난 2~3년 동안 내가 책임지는 문제의 크기는 조금이라도 커졌는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성과를 높인 경험이 있는가. 현재 직급이 아니라 한 단계 위 직급에서 필요한 능력을 보여준 경험이 있는가.
여기서 계속 "아니오"가 나온다면, 일을 못해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너무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아주 잘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승진을 원한다면 현재 자리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다음 자리에서 필요한 능력을, 지금 자리에서부터 보여줘야 한다.
커리어 점선면
승진은 지금 일을 잘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아직 증명되지 않은 다음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회사가 거는 베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