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걸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코스트코 이야기는 그냥 "입소문 마케팅이 최고다"라는 뻔한 교훈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런데 조금만 더 파고들면 훨씬 중요한 구조가 보인다.
코스트코가 돈을 버는 진짜 방식을 들여다보자. 상품을 팔아서 남기는 마진은 3%가 채 안 된다. 웬만한 소매업체라면 문 닫을 수준이다. 그런데 코스트코의 영업이익 대부분은 다른 곳에서 나온다. 바로 회원비다.
회원 한 명이 매년 65달러, 혹은 130달러를 내고 코스트코 카드를 갱신한다. 이 돈은 원가가 거의 들지 않는 순수익에 가깝다. 그리고 이 회원비 수익이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코스트코가 광고를 안 하는 이유가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코스트코의 진짜 고객은 '오늘 물건을 사는 사람'이 아니다. '내년에도 회비를 내고 다시 오는 사람'이다.
물건을 한 번 파는 게 목적이라면 화려한 광고로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게 정답일 수 있다. 하지만 회원이 매년 다시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답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 답은 '이 회사는 날 속이지 않는다'는 신뢰다. 그리고 신뢰는 광고로 만들 수 없다. 가격표로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이건 그냥 코스트코만의 이야기일까
아니다. 이 안에는 훨씬 넓게 적용되는 원리가 숨어 있다.
회사가 어디서 돈을 버는지에 따라, 무엇에 돈을 써야 하는지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원리다.
한 번의 거래에서 마진을 최대한 뽑아야 하는 사업이라면, 광고와 프로모션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다. 어차피 이번 거래에서 승부를 봐야 하니까. 반면 반복적인 관계에서 수익이 나오는 사업이라면, 광고보다 신뢰가 훨씬 강력한 자산이 된다. 그 신뢰를 깨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순간, 다음번 재구매나 재계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 멤버십 기반 비즈니스, 오랜 관계를 전제로 하는 B2B 영업이 특히 이 원리에 민감하다. 반대로 신제품을 처음 시장에 알려야 하는 스타트업이나, 재구매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사업이라면 이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코스트코가 만약 신생 브랜드였다면 입소문만 믿고 버틸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입소문이 퍼지는 데도 시간과 초기 규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진짜 질문은 "광고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다. "우리 회사는 한 번의 거래에서 돈을 버는가, 아니면 관계가 계속될 때 돈을 버는가"다.
우리 조직은 어느 쪽일까
당신의 회사, 혹은 당신이 몸담은 팀을 한번 떠올려보자. 지금 매출이나 성과는 '한 번의 설득'에서 나오고 있는가, 아니면 '계속 이어지는 신뢰'에서 나오고 있는가.
만약 후자라면, 지금 쓰고 있는 에너지의 방향이 맞는지 점검해볼 만하다. 화려한 언어로 이번 한 번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고 있진 않은가. 아니면 다음번에도 다시 찾아올 이유를 만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