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성장'과 '채용'은 같은 말이었다
사업이 커지면 일이 늘어난다는 건 당연합니다. 고객이 늘면 CS 인력을, 매출이 늘면 마케터를, 제품 라인이 늘면 개발자를 더 뽑았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성장 곡선과 직원 수 곡선은 오랫동안 비슷한 모양으로 함께 움직였습니다. 관리자 입장에서도 사람과 예산을 더 많이 거느리는 것은 곧 자신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신호였습니다. 이 공식은 너무 오래되어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Shopify가 흔든 건 바로 이 공식입니다.
Shopify가 진짜로 바꾼 건 '도구'가 아니라 '기본값'이다
많은 회사가 직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AI를 써보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 이건 권유입니다. 쓰든 안 쓰든 개인의 선택입니다. Shopify는 이 선택지를 없앴습니다. AI 활용 여부는 이제 성과평가와 채용 심사에 반영되는 항목이 됐고, 팀이 인력이나 예산을 추가로 요청하려면 AI를 먼저 투입해봤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검토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즉 Shopify에게 AI는 '새로 나온 유용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일을 설계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통과해야 하는 조건이 된 겁니다.
왜 하필 '사람'을 마지막 순서로 미뤘을까
기업 입장에서 사람을 한 명 채용한다는 건 월급 하나가 늘어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채용 비용, 교육, 관리, 그리고 사람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회의와 보고, 조율의 비용까지 함께 늘어납니다. 반면 AI는 이미 있는 직원 한 명의 산출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러니 계산법이 바뀌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업무 증가 → 사람 증가 라는 오래된 공식이
업무 증가 → AI로 레버리지를 먼저 확인 → 그래도 부족한 만큼만 사람 증가 로 바뀌는 겁니다.
사람이 필요 없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을 투입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의 기준이 훨씬 높아졌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 그대로 따라 해도 괜찮을까
AI부터 써보라는 원칙은 분명 효율을 높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을 효율로만 판단해도 괜찮을까요? 신입을 뽑지 않으면, 몇 년 뒤 회사 안에서 판단력을 갖춘 시니어는 어디서 나올까요? 오늘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선택이 장기적으로 조직의 인재 파이프라인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인력 요청마다 "AI로 먼저 해봤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조직에서는, 정말 필요한 자리조차 비용으로만 보이기 시작할 위험도 있습니다.
Shopify는 이미 오래전부터 AI 도구를 조직 전반에 깊게 심어온 회사입니다. AI를 도입한 지 얼마 안 된 조직이 메모의 문장만 베껴서 "AI부터 증명하세요"라고 선언하면, 효율보다 먼저 혼란과 불신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이 원칙이 작동하려면, AI가 실제로 일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조직 안에 이미 녹아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함께 바뀐다
예전 관리자의 일은 사람 열 명을 어떻게 잘 배치할 것인가였습니다. 이제는 사람 몇 명과 여러 AI 도구를 어떻게 조합해서 같은 결과를 낼 것인가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관리자는 더 이상 '사람만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나눠 맡을 업무를 설계하는 사람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결국 남는 질문
Shopify의 메모에서 진짜 중요한 문장은 "AI를 쓰세요"가 아니었습니다. 기업이 사람과 AI를 바라보는 순서 자체가 바뀌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을 먼저 뽑고, 그 사람에게 좋은 도구를 쥐여줬습니다. 이제 일부 기업은 AI를 먼저 투입하고,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도 달라집니다. "AI가 내 일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닙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일 가운데 AI에게 넘길 것은 무엇인지, 내가 더 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AI를 이용해 이전보다 더 큰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묻는 편이 낫습니다.
Shopify가 보여준 변화는 인간과 AI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AI를 쓸 수 있는 사람과 AI를 쓸 수 없는 사람의 생산성 차이를 기업이 더 이상 무시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데 가깝습니다.
오늘의 MBA
예전에는 사람을 먼저 채용하고 도구를 쥐여줬다. 이제 일부 기업은 AI를 먼저 투입하고,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다. |